지금 여기에서, 철학적 예술가 토마스 히르슈호른심은록 토마스 히르슈호른 (Thomas Hirschhorn), ⓒsimeunlog 파 리 팔레드도쿄미술관의 지하에 16,500개 정도의 타이어가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사방에는 낙서같은 플랜카드와 인쇄물이 널브러져 있다. 여기저기 놓여 있는 의자들은 본래의 색깔과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스카치 테이프로 뒤덮여 있다. 그런데 아무렇게나 쌓인 듯한 타이어는 8개의 방을 구성하는 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각각의 방은 전시 제목을 상징하는 ‘영원한 불꽃’이 타오르는 방, 휴게소, 신문 인쇄실, 카페 등이 있다. 이 전시의 작가는 토마스 히르슈호른(Thomas Hirschhorn, 1957- , 스위스)이다. 한때 Grapus라는 그룹에 속했던 그는 2001년 제1회 마르셀뒤샹상을 수상했다. 그는 테이트미술관, MoMA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과, 2011 베니스비엔날레의 스위스국가관 작가가 되는 등 주요 국제비엔날레나 행사에 참여해 왔다. Q. 이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영원한 불꽃’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A. 예술, 철학, 시, 문학 간의 우정의 현현이다. Q. 낯선 형태의 전시다. 이 전시는 어떻게 기능하는가? A. 전시 기간 내내 미리 계획된 프로그램 없이, 마르쿠스 슈타인벡(Marcus Steinweg)이나 마누엘 조셉 (Manuel Joseph)과 같은 200여 명의 문필가, 철학자, 시인 등이 이곳에 와서 시를 읽거나 자신들의 생각을 펼친다. 청중들은 자유롭게 경청할 수 있다. 이 행위 자체가 일종의 퍼포먼스이며, 나는 전시가 진행되는 52일 내내 이곳에 머문다. Q.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해프닝’이라는 의미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전시를 통해서 당신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A. 이 전시는 ‘문화적 요청’을 만족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로 하여금 현재 이곳에 있다는 현존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싶다. 우리 개개인은 지금 여기서 작품을 하고 있는 중이다. 프로그램이나 기획이 중요성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Exhibition View: ‘Flamme éternelle’ :2014.4.24-6.23, Palais de Tokyo in Paris, ⓒsimeunlog Q. 상당히 철학적이다. 당신이 선호하는 철학자는 누구인가? A. 조르쥬 바타이유, 바뤼흐 스피노자, 질 들뢰즈, 미셀 푸코, 안토니오 그람시이다. Q. 우문이었다. 당신이 이 철학자들을 재해석한 작품을 했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었다. 너무 광범위한 질문인데, 오늘날 현대미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현대미술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하고 싶은 현대미술은 다음과 같다. 나는 작업을 통해 비판적 신체를 정립하고 싶다. 예술을 도구로써,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일을 하며, 실재와 접촉하고, 세상과 만나고자 한다. Q. 팔레드도쿄의 이전 전시들과는 달리 관람료를 받지 않던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A. 무료 입장으로 해달라고 특별히 요구했다. 이미 예전에 했던 ‘24시간 푸코’나 ‘스위스-스위스 민주주의’와 같은 전시도 무료였다. 이처럼 ‘현존과 생산’을 주제로 한 전시는 무료관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아무 때나 몇 번이고 자유롭게 전시장에 와서 생각하기를 원한다. 이는 관람객이 내 의도에 따라 전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떤 것을 반영하고 이를 만나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전시, 예를 들어 특별한 기획을 가지고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때는 유료이다. Q. 다음 전시는 무엇인가? A. 내일이 내 다음 전시이다. 하루 하루가 내게는 새로운 전시이다. 내일,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전시를 오픈하고, 또 다른 ‘영원한 불꽃’을 재건할 것이다. 파 리에는 세 개의 영원한 불꽃이 있다. 첫 번째는 개선문 아래에 있는 2차 세계대전의 무명용사들을 위한 실제 불꽃이다. 두 번째는 퐁 알마 지척에 있는 레이디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황금빛 불꽃 모양의 조각 작품이다. 그리고 세 번째, 히르슈호른의 ‘영원한 불꽃’은 이 불이 관람객들의 마음에 옮겨붙어 영원히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예술과 철학의 불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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